1. 줄거리와 세계관: 사랑과 이별이 공존하는 근미래
애니메이션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의 서울이 배경인 SF 애니메이션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여자 주인공 난영과 뮤지션의 꿈을 잠시 포기한 남자 제이의 만남과 이별을 다룹니다. 난영은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맡는 우주인면접의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자신의 꿈과 애틋한 사랑감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주인공입니다. 제이는 우연히 난영을 만나 음악 작업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쌓아가지만, 난영에게 다시 화성으로 가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둘은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먼 미래를 이야기하는 SF 판타지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과 “낯선 먼 미래”가 섞인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서울은 우리에게 낯이 익은 거리들 —세운상가, 을지로, 광화문 등— 이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홀로그램, 네온, 사이버 그래픽 장치들이 더해져 미래와 현재가 잘 섞여져있는 낯설지만 익숙한 공간미를 선사합니다. 즉 “2050년 서울”이라는 설정은 현실을 확장 시킨것 처럼 느껴지고, 그 신비하면서도 익숙한 세계속에 관객들은 빠져들게 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적용함으로써,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과 내용을 시각적으로 더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우주와 별, 거리감이 느껴지는 공간, 빛과 어둠의 대비 등의 이미지들은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별을 이야기하는 영화치고는 극적인 사건이 많지는 않지만, 이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사랑과 이별은 관객들에게 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2. 영화의 캐릭터
영화의 주인공은 난영과 제이라는 두 캐릭터입니다. 난영은 화성 탐사라는 큰 꿈을 가진 우주과학자로, 그 꿈이 그녀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화성탐사를 향한 그녀의 갈망과 열정은 그녀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 한 부분중 하나이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사랑, 상처, 갈등—도 가지게 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제이를 만나기 시작하며서 자신이 여태 잊고 있던 감정, 즉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감정을 다시 발견합니다. 하지만 꿈과 사랑사이에서 한가지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기때문에, 난영과 제이는 갈등을 겪게 됩니다.
제이는 잠시 음악가의 꿈을 내려두고 현실의 삶에 집중하고 있는 인물로, 여전히 음악을 향한 갈망과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난영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존재이지만, 자기 스스로에 대한 상처와 불안, 포기한 꿈에대한 미련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난영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갔다가 다시 물러나는 태도에는 사랑에 대한 감정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갈등상황들이 섞여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급진적인 전개로 이루어지지 않고, 우연한 만남과 소소한 대화, 서로의 일상 공유를 통해 점차 가까워집니다. 즉, 둘의 감정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또한 그 둘에게 이별이 다가올 때는, 극적인 갈등상황으로 치닫기 보다는 잔잔한 파도처럼 다가옵니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잔잔하지만 무겁고, 이별은 고요하지만 큰 아픔으로 남습니다.
주인공들의 감정을 더 잘 표현된 것은 이 둘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난영은 제이를 만나면서 자신의 꿈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제이는 난영을 통해 다시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됩니다. 즉 둘은 서로에게 사랑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서로의 삶을 흔들고 바꾸는 사람으로 존재합니다.
3. 영화 음악, 영상미, 그리고 연출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시각과 청각적 감성의 조합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주인공들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고, 그들이 부른 듀엣곡 'Life goes on'은 주인공들의 감정의 흐름과 맞물려 표현되면서 관객의 감성을 자극시킵니다. 또한 OST 에는 가수 존박, 김다니엘, CIFIKA 등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고, 등장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더 잘 표현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작품은 영상미 측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우리에게 낯익은 거리—골목, 낡은 건물, 도시의 풍경—위에 미래 SF요소들을 적절히 섞어서 ‘이질감 속에 익수간 일상’이라는 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빛의 조명, 네온사인, 홀로그램 등은 감정의 여백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입니다. 여백미 있는 영상미, 등장인물의 눈빛이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장면들 등을 통해관객들이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유도합니다.
연출 방식 또한 감정선을 잘 유지하게 하는 장치 중 하나입니다. 과도한 설명이나 대사보다는 이미지와 음악으로 영화의 메세지를 잘 표현합니다. 이별 장면 역시 극적인 클라이막스 대신, 조용한 절제미로 표현하여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처럼 영화의 다양한 시청각 요소들이 잘 결합된 연출때문에, 관객들은 그저 한편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4. 영화가 주는 메시지
이 영화가 단순히 로맨스영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더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이별 이후 우리가 겪게되는 감정과 삶을 잘 표현해 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난영이 화성탐사를 떠나기로 결정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더이상 함께할 수 없는 길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별이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우주 어딘가에 항상 너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줘” 라는 대사처럼, 몸은 비록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꿈과 사랑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쉽지 않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난영은 사랑을 위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제이 역시 난영을 향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렇게 상처와 아픔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관객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이별이 늘 부정적이거나 절망적인 것은 아니며, 때론 그것이 우리 삶을 더 성숙하고 깊게 만들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